#수험생여러분고생많으셨습니다#역사에별빛처럼빛난자들#서평이벤트#샤이닝#고양이는왜고양이일까#종의기원#정유정
내년이면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되는 제 아들이 드디어(?) 두발자전거를 타게 됐습니다. 같은 반 친구는 한 손으로 휴대폰 게임을 하며 자전거를 탈 정도(지난주 저희 집에 놀러 온 이 친구에게 “위험하니 그렇게 타지 말라”로 얘기해 줬답니다)이니, 제 아들의 두발자전거 익히기는 꽤 늦은 나이에 이뤄진 셈이지요.
저로선 내심 불안한 감이 있었답니다. 제 또래는 두발자전거를 쌩쌩 타는데, 여태껏 네발자전거를 타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아들 녀석이 못마땅하기도 했지요. 지난 여름, 억지로 연습을 시켜본 적도 있었지만, 쉽사리 균형이 잡히지 않는 자전거에 금방 흥미를 잃더군요. 그 모습에 부아가 치민 저는 투쟁심 없는 아들을 채근하기도 했습니다. 그 나이가 되도록 두발자전거를 못 익힌 것이 제 (가르침의) 부족인 것 같아 자책도 했지요.
그런데 “더 이상 추워져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날씨가 되기 전에 익혀보자”라는 말로 꼬드겨 아들을 밖으로 꾀어낸 지난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답니다. 그전까지 분명, 몇 바퀴 구르지도 못한 채 금방 균형을 잃었던 제 아들이 순식간에 두발자전거를 익혀버린 것이지요. ‘이렇게 급격히 바뀔 수가 있나?’ 의아해할 정도로, 제 아들은 너무 쉽게 두발자전거를 익혔습니다.
지난 과거를 떠올려보면, 제 아들의 성장 과정이 계속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 아들은 첫 걸음마를 뗀 것도, (‘엄마’라는 단어 빼고) 첫 입을 뗀 것도 또래보다 늦은 편이었지요. 그런데, 아빠로서의 조바심이 한계에 다다를 무렵, 걷기 시작했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걸을 수 있게 되니, 말할 수 있게 되니 금방 속도가 붙더군요. 일찍 걸음마를 뗀, 첫 입을 뗀 또래와 하등 다를 게 없을 정도로 걷고, 말하는 게 순식간에 이뤄졌습니다. 그러니까, 제 아들은 ‘늦게 배워 곧잘 익히는 스타일’인 셈이지요.
제 아들과 달리 ‘빨리 배우지만 길게 익히는 스타일’도 있습니다. 각각의 스타일엔 장단점이 있습니다. 배움을 늦게 떼는 건 단점일 수 있지만, 그런 만큼 큰 실수를 하지 않지요. 두발자전거를 익히며 크게 넘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전혀 다치지 않았던 제 아들이 꼭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반면 이른 나이에 두발자전거를 배우는 친구들은 도전정신이 높지만, 이 때문에 자주 넘어지고 다칩니다. 이 넘어짐과 다침의 과정을 통해 익히는 것이지요.
이걸 지켜보는 우리는 어떤가요? 전 또래보다 배움이 늦은 아들을 보며 불안해하고 못마땅해했습니다. 투쟁심이나 경쟁심이 없다고 채근했지요. 빨리 배우는 대신 자주 넘어지며 실수하는 애들에게도 많은 부모들은 “왜 이렇게 실수가 잦느냐”, “왜 그렇게 다치게 노느냐” 타박하곤 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린 누군가의 가능성을 북돋아주기보단 그 가능성에 반대편에 있는 단점을 고치는 데 더 골몰하는 버릇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속도가 빠른 게 마냥 좋은 건 아닙니다. 느린 게 마땅 나쁜 것도 아니지요. 각자가 지닌 속도와 방향성대로 삶을 배우고 익혀가는 것. 우리가 더 골몰해야 하는 버릇은 이런 게 아닐는지요.
어제는 수능 일이었습니다. 학생 신분을 가진 이들에겐 중요한 날임이 분명하지요. 다만, 이 글을 보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이 얘기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수능을 치른 어제가 본인의 속도와 방향성에 꼭 맞지 않았더라도, 그래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너무 좌절하거나 위축되지 말라고. 스스로의 속도와 방향성에 맞춰 삶을 배우고 익혀가면 어제의 수능보다 훨씬 더 크고 소중한 기회가 분명히 본인을 찾아올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수능을 치른 51만 수험생, 그리고 이들을 보살피고 지켜봐 준 사람들 모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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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시의 지식콘텐츠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아홉시 작가님들의 활동은 계속됩니다. 20세기 한국 역사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시련을 견뎌내며 약자에게 손을 내밀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강부원 작가님의 글이 책으로 출간됐어요.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로 은은하게 빛났던 26명의 사람들의 인생 역정을 담은 책 『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
이번 책 출간에 즈음해 강 작가님을 사랑해주는 9독자님을 대상으로 서평 이벤트를 마련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이벤트 참여방법> 1. 아래 <이벤트 참여하러 가기>를 눌러 9독자님의 정보를 알려주세요. 2. 당첨 이후 책을 받고 서평을 남겨주세요.
<이벤트 일정 및 발표> 1. 일정: 2022년 10월 28일~2022년 11월 30일 2. 발표: 2022년 12월 1일(목). 보내주신 정보로 개별 연락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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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명시들을 일주일에 한편씩 전해드리는 코너 <우리를 달뜨게 한 시>. 11월엔 정호승 시인님의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와 함께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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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위 정호승 시인의 시 속 화자의 마음과 꼭 같아 보입니다.
풍경 소리로 전해지는 마음처럼, <아홉시 이주의 사진> 속 마음이 51만 수험생들의 그간의 노고를 위로해주는 소리이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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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보내주신 9독자님들의 피드백을 전해드리는 아홉시 티타임입니다. 지난주, 저희의 실수로 피드백 링크가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어요. 귀한 의견 주시러 들어갔다가 당황(?)하셨을 구독자님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저희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지지난주 레터를 통해 의견 보내주신 독자 분이 계셔 아래에 소개합니다.
🐮 11월 11일에 받은 큐 레터를 후르륵 읽고 다시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었어요! 믹스커피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부터 이주의 사진까지 회사 메일로 받아보는 큐 레터는 바쁜 아침에 잠깐이나마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네요! 늘 감사합니다. (꼭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데 11일 레터에 연결된 링크는 의견을 남길 수 없어 4일 링크에 남겨요:)
지지난주 레터를 부러 찾는 수고를 감수하시면서까지 이런 귀한 의견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고마움 잊지 않고, 항상 좋은 고민 함께 나누는 아홉시가 될게요.
아홉시가 마련한 이번주 콘텐츠 CUE! 레터는 어떠셨나요? 조금만 시간을 내주시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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