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뉴스 가운데 우리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소식이 뭘까요? 사람마다 다를테지만, 저라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됐다'는 사실을 꼽을 것 같습니다.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의 금리보다 더 높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미국은 국가 부도가 일어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인 나라입니다. 국제통화, 즉 달러를 찍어내는 국가(기축통화국)이니까요. 이처럼 부도 리스크가 '0'인 나라의 금리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높기까지 한다면? 다른 나라에 투자됐던 돈이 미국으로 쏠리겠지요. 한미 금리 역전 현상 탓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이나 채권 등에 넣어뒀던 돈을 빼내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이 빼가는 돈은 원화가 아닙니다. 당연히 달러이지요. 그러니, 우리나라에 있는 달러는 적어지고, 원화는 상대적으로 많아집니다. 달러에 비해 원화가 많으니 당연히 원화 값이 싸집니다. 즉,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고환율(원화 약세)을 유발합니다.
고환율(원화 약세)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우선 수출 기업은 유리해집니다. 같은 값으로 팔더라도 받은 돈, 즉 달러가 비싸진 터라 그만큼 이익(환차익)을 얻지요. 반면, 소비자들은? 수입품에 치러야 할 값이 높아집니다. 즉, 물가가 오릅니다. 결국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고환율을 유발하고, 이 고환율은 고물가를 부추깁니다.
우리나라 금리보다도 더 높게 미국이 금리를 올린 이유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의 현재 물가는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국가 모두가 물가, 즉 인플레이션 때문에 몸살을 겪고 있지요.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크게 보면 두 가지이겠지요. 물건의 '수요'가 높아지거나, 물건의 '공급'이 줄어들거나. 물건의 수요가 높으면, 즉 경기가 좋으면 금리 인상이 괜찮은 해결책이 됩니다. 금리, 즉 돈의 이자가 높아지면 돈을 쓰는 대신 돈을 모을 테니까요.
그런데, 물건의 '공급'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에서 금리 인상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해요. 금리를 높이는 것과 물건의 공급이 줄어드는 건 별 상관이 없으니까요.
현재 전세계에 닥친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수요'가 아닌, '공급'에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이유 탓에 글로벌 공급망이 엉망이 된 게 가장 큰 원인이라지요. 결국 지금처럼 금리를 올려도 현재의 '고물가'를 잡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됐다"는 뉴스는 지금의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현상이 당분간 계속되거나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지요. 빚을 내 가면서 꾸려가는 우리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힘겨워질 것이란 의미이지요.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최근 소식으로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을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이럴진대, 이 삶을 개선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곳에선 정작 다른 소식으로 요란합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하나,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가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돼 시끌벅적합니다. '내부 총질', '양두구육' 등 말의 잔치도 거칠고 험하네요.
안 그래도 우리네 삶이 거칠고 험한데, 저들의 말까지 거칠고 험하니, 먹고 사는 일이 더 거칠고 험해질까 참 걱정입니다.
덧> 아홉시의 디자이너가 이번주 여름 휴가를 떠났어요. 이 때문에 오늘 아홉시 뉴스레터는 조금 덜 '화려'(?)하답니다. 아홉시의 하나 뿐인 디자이너가 회사 걱정 없이 푹 쉴 수 있도록, 이번주만 양해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