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평'(坪)이 공식 표기 대접을 받지 못한 건 2007년 때부터예요. 그 대신 '제곱미터'(㎡)를 쓰기로 한 지 15년이나 지난건데, 여전히 "여기는 몇 평인가요?"라는 말을 자주 하는 걸 보면 참 질긴 생명력을 가진 단어구나 싶어요.
'평'은 한 사람이 팔과 다리를 벌리고 누울 수 있는 넓이를 뜻하는 말이라고 해요. '한 사람이 팔과 다리를 벌리고 누울 수 있는 넓이'··· 결국, 1평은 한 사람이 태어나 이 땅에 빌붙어 살아가기 위해 허락돼야 할 최소한의 공간인 셈이지요. 1평을 공식 단위로 환산한 면적 3.3㎡는 우리의 생존권을 상징하는 숫자인 것이에요.
가로와 세로, 높이가 각각 1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 스스로를 일부러 가둔 사람이 있다고 해요. 20년 익힌 용접 기술을 활용해 1평의 1/3되는 공간을 철판 자재로 두른 뒤, 그 안에서 한 달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하청노동자 유최안 씨. 그의 점거를 두고 “불법 행위”라는 말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공권력의 투입이 임박했다는 얘기도 나오지요.
파업이 무작정 용인될 순 없습니다. 더욱이 그 행위가 불법이라면 엄정한 법 집행도 필요하겠지요. 다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한마디가 생중계되고, 주무 장관의 현장 방문이 생중계되는 와중에도, 유 씨가 왜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 그 자세한 사정을 듣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돈 몇 푼 더 받고자 하는 귀족노조의 땡깡”이라는 비난이 댓글에 넘쳐나는데, ‘돈 몇 푼’ 받자고 0.3평의 공간에서 한달 동안 사는 게 상식적인지, ‘귀족’이라면 굳이 저렇게까지 해서 돈을 더 받으려 할지 의구심이 듭니다. 몇 개의 기사로 겨우 확인한 바로는 그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 30%는 유씨가 소속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새 주인이 여섯 번 바뀌는 동안 계속 깎여나간 월급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의미라고 해요.
물론, 이 역시 한 쪽에 치우친 단견에 불과할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 조선업의 현재와 미래. 조선업 특유의 원청과 하청, 재하청 관계. 이 관계와 구조 안에서 밥을 먹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이 복잡다단한 이해관계 속에서 ‘평’을 ‘생존권’으로 비유하는 일 따위는 감상적인 싸구려 접근이 맞을 겁니다.
다만 쉽게 판단하고 욕하기 전에, 유 씨의 말을 한 번만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한쪽의 스피치는 매일 중계되는데, 다른 한 쪽의 스피치는 듣지 못하고, 듣지도 않으려는 세상은 불공평하니까요.
한쪽의 발언권은 과밀하고, 다른 한 쪽의 발언권은 과소한 세상이 오해와 편견들로 득실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