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탕가게에 간 아이
사탕을 딱 한 개만 살 돈이 있는 아이와 여러 개의 사탕을 살 돈이 있는 아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딱 한 개의 사탕만 살 수 있는 아이는 지금껏 먹어봤던 것 중 가장 맛있는 사탕을 고른다고 해요. 반면 여러 개의 사탕을 살 돈이 있는 아이는 가장 맛있는 것 뿐만 아니라 지금껏 먹어보지 않은 사탕도 고르지요. 설사 새로 고른 사탕이 별로일지라도, 아이는 이 실패를 통해 '자신이 어떤 맛을 더 좋아하는지' 알게 될 거예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탕도 여전히 남아있지요.
미지를 향한 도전은 실패할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사탕가게에 간 아이'는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2. 사탕 하나 살 돈 밖에 없던 아홉시
저희 회사의 이름(상호)은 '아홉시'가 아닙니다. '비즈업'이지요. 이 이름으로 회사를 처음 창립했던 2016년, 우리는 사탕을 딱 한 개만 살 돈이 있는 아이와 같았답니다. 이 단 하나의 가능성을 저희는 열심히 키웠습니다. 그렇게 하나 뿐이던 사탕이 닳아 없어질 즈음, 다른 사탕 하나를 살 방법론을 알아냈지요. 그렇게 해서 지난 2018년 만든 브랜드(상표)가 '아홉시'입니다.
맨 처음 아홉시는 '영상 제작'을 주력으로 삼았습니다. 영상 제작 역량을 열심히 키우다보니 좋은 기업과도, 정부 및 공공기관과도 협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생존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고, 이 모델은 우리에게 사탕을 하나 더 고를 기회를 주었답니다. 이 기회를 저희는 '미지를 향한 도전'에 쓰고 싶었어요. 이 도전이 성공해 '생존가능'을 넘어 '지속가능'한 회사로 발돋움하고 싶었지요. 인문·문화·예술 분야의 텍스트 콘텐츠를 유료 구독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놓게 된 사연입니다.
3. 농부의 마음을 헤아려보다
전 농사를 지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지식콘텐츠 서비스로의 아홉시를 '휴간'키로 한 결정을 내린 이후 농부의 마음을 조심스레 헤아려 보았습니다.
저희의 도전이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랐지만, 생각만큼 자라지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이에 대해 말하는 건 성급한 일이겠지요. 다만 한 가지. 식상한 격언이긴 하나,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진심으로 되새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의 노력은 부족했고, 저희의 능력은 좋은 열매를 맺게 하는 데 충분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실패를 경험삼아 '우리가 어떤 것을 더 잘 할 수 있는지'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살펴보려 합니다. '자신이 어떤 맛을 더 좋아하는지' 알게 된 아이처럼 이번의 실패를 자산으로 꼭 바꿔내려 합니다.
4. 아직 사탕 하나가 남았다
저희에겐 아직 사탕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가장 맛있는 사탕이자 저희가 열심히 키웠던 영상 '아홉시'가 여전히 남아 있지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저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영상 제작 미디어로의 아홉시로 되돌아가려고 해요. 되돌아가되, 이번 실패의 경험을 잘 녹여내 구독자님께 더욱 사랑받는 영상 미디어로 다시 태어나려고 해요.
이번 실패에서 얻은 수확 한 가지는 '선택과 집중'이란 문구입니다. 지금껏 저희는 이런저런 시도를 중구난방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애초 설정한 정체성 내지는 목표에서 한참을 벗어나 버렸고, 이 때문에 "그래서 아홉시는 뭐 하는 곳이야?"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이제 중구난방 벌려놓은 것들을 추스리고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 독자 님들께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로 '선택과 집중'을 하려 해요.
이 작업은 시간이 걸릴테고, 이 과정에서 '아홉시'라는 이름마저 없어질 지 모르겠어요. 설사 그럴지라도, '양질의 콘텐츠로 독자님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미디어'로의 본질은 절대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5. 감사와 사과, 그리고 부탁
먼저, 매주 혹은 격주로 원고를 보내야 하는 압박에도 매번 아홉시에 양질의 원고를 보내주신 작가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님들의 노고가 좋은 결실로 이어지지 못한 건 오롯이 저희의 능력 탓입니다. 이 부분, 따로 인사드리긴 했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려요.
지식콘텐츠 아홉시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준 독자님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다시금 드립니다. 그 성원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 점 사과드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치없게도 다시 한번 부탁드리려고 해요. 아직 사탕 하나가 남은 아이, 아홉시에 계속 사랑을 보내주세요. 사랑을 많이 받고 큰 아이는 훗날 그 사랑을 세상에 나눠주려 노력한답니다. 아홉시도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