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달갑지 않은 습격을 받았습니다. 3년 가까이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다 싶었는데, 지난 한 주간 그야말로 호되게 당했습니다. 목도 심하게 붓고, 몸살도 세게 온 통에 첫 사흘 동안은 꼼짝없이 앓아누워있어야만 했지요. 격리 해제까지 하루를 남긴 지금까지도 목에 잔병 기운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코로나19라는 놈은 참 모질고 불쾌한 바이러스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집콕을 당한 지난 일주일, 저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건 이런 병리적 증세는 아니었습니다. 사회적 고립이 불러오는 감정의 소요가 견디기 어렵더군요.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게 했던 월드컵 축구의 가나전이 있었던 이번 주,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닥친 이번 주였지만, 이 모든 일들이 저와는 동떨어진 현상처럼 느껴졌습니다. 방 안에서 홀로 본 축구는 여느 때의 축구만큼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계절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일은 가장 추운 날씨의 그것보다 더 냉랭한 마음을 갖게 만들더군요.🥶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인류의 모든 문제는 혼자서 방에 조용히 앉아있을 수 없다는 데에서 발생한다.” 모든 사회적 문제가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말처럼 들리는데, 코로나로 “혼자서 방에 조용히 앉아있”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다보니 저 어구가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파스칼의 말을 다시 읽어보니, “인류의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결코 “혼자서 방에 조용히 앉아있을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명시들을 일주일에 한편씩 전해드리는 코너 <우리를 달뜨게 한 시>. 12월에 함께 읽어볼 시집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님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입니다.
당분간 '축구' 얘기를 좀 더 하게 되더라도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린다는 말씀 먼저 드려요. 4년에 딱 한번 있는 축제잖아요. ⚽⚽⚽⚽
9독자 분들은 우리나라의 축구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기대만큼 따라와주지 못하는 성적에 답답한 마음이 클수도 있겠고,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에 마음 뭉클해진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전, 축구의 빅팬으로서, 다른 무엇보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눈으로 뚜렷이 확인한 계기가 돼 최종 결과와 상관없이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과거 월드컵(심지어 2002년 월드컵을 포함하더라도)에 견주어 볼 때, 우리만의 색깔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대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 잘 증명해주는 게 <아홉시 이주의 사진>으로 꼽은 '패스맵'입니다.
이 패스맵은 11명의 선수가 경기에서 어떤 식으로 게임을 풀어갔는가를 축약해 놓은 일종의 지도라고 해요. 왼편은 우루과이의 모습이고, 오른편이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나라의 공간 활용이나 패스의 흐름이 우루과이의 그것보다 좋다는 것을 '축알못'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패스맵은 잘 정돈돼 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가 지긴 했지만, 가나와의 경기에서도 패스맵 모양은 비슷하게 관찰됩니다. 😀😀😀
승리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아니,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선결돼야 할 조건들이 있지요. 이는, 우리나라 축구를 묘사할 때마다 등장하는 '투혼'이나 '정신력', '애국심' 같은 불분명한 단어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력'이라는 깔끔한 단어가 승리보다 중요한, 아니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선결돼야 할 조건이 아닐까 합니다.
실력이 뒷받침된 한국 축구! 포르투갈 전에서도 그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길, 우리 함께 기대하며 3차전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지난주 보내주신 9독자님들의 피드백을 전해드리는 아홉시 티타임입니다.
🍗 월드컵 축구 경기를 기대하며 치킨을 기다리는 사람만큼 아홉시 큐레터를 기다리는 독자도 있습니다.
월드컵의 치킨에 비교를 해주시다니, 너무 감사드려요. 솔직히, 치킨에 비할 데는 아니지만, 아홉시의 콘텐츠큐레터를 기다리고 애정해주시는 구독자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어요. 그 기대하는 마음에 누 되지 않도록 더 많이 고민하고 공유하는 아홉시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