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사는 '게'를 아시나요?
지난주 뉴스레터에서 제가 요즘 '자퇴'(자전거 퇴근)를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제 자퇴길엔 한강과 바짝 맞닿은 습지생태공원이 있습니다. 요새 그 부근을 지날 때면 항상 맞닥뜨리게 되는 녀석, 바로 '게'입니다.
무식한 고백을 하자면, 전 게가 바다에만 서식하는 줄 알았답니다. 한강에 사는 그 녀석, 게를 자전거 길에서 처음 맞닥뜨렸을 때 너무 놀랐고, 게가 정말 맞는건가 의심도 들었지요. 그런데, 요새 이런 게들이 한마리도 아니고, 여럿 눈에 띕니다. 제가 본 게가 정말 '게'가 맞는지 찾아본 연유가 여기에 있지요.
살펴보니 우리가 자주 먹는 '꽃게'는 바다에 살지만, '참게'는 바다 뿐 아니라 강과 하천, 하구 등에서 서식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산란기가 되면 바다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최근 김포시에선 자연생태계 보전 등을 위해 참게 30만 여 마리를 한강에 방류했다는 소식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참게들이 어쩌다 한강 둔치나 습지를 벗어나 위험천만한 자전거 길까지 나오게 된 것일까요? 이 또한 비슷한 일이 이슈가 된 적이 있더군요. 2년 전,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로 강물에 밀려난 참게 떼들이 잠실대교 부근에 대거 출현했다는 뉴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전거 길에서 만난 녀석들은 몇 주 전 서울을 덮친 집중호우 탓에 제 집을 잃어버린 게였던 것입니다.
집중호우로 고통받은 생물이 인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전 자전거 길에 불쑥 튀어나오곤 하던 이 녀석들을 무척 불편해 했답니다. 운전 중 갑자기 끼어든 앞차처럼 제 자전거 주행을 자꾸 방해하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오히려 게 갈 길을 방해하고 있는 건 저라는 생각이 또 불현듯 들더군요. 사실, 게 입장에서 전 방해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이지요. 실제, 자전거길 곳곳에 '로드킬'(?) 당한 참게의 흔적이 다수 보이기도 했고요.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인간중심주의 세상에선 집중호우의 피해가 인간에 국한됩니다. 자전거 길에 끼어든 참게는 방해꾼에 불과하지요.
집중호우로 참게가 제 집을 잃었습니다. 제 집을 찾아가다가 인간이 모는 자전거에 치여 참게 여럿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인간 말고도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지구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